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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과자집 만들기 완성

by 호이 2021. 12. 26.

일단 오늘 작업을 마치고 든 생각은.. 내집마련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와.. 과자집이 원래 이렇게 힘든건가? 초딩들이나 하는 거라며 코웃음 치면서 시작했던 나를 혼내주고 싶다. 일단 1층 벽을 세우고 굳혀봤는데, 아무래도 풀이나 순간접착제 같은걸 쓴게 아니라 조청이어서 아주 완벽하게 고정되는건 아니었다. 지금도 손으로 밀면 조금씩 밀려나는걸 보니 힘을 잘못 주거나 무게가 지나치면 무너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듯 하다.

 

1. 2층 올리기

일단 위험을 줄이기 위해 1층 벽 안 쪽에 높이가 다른 아이비를 덧붙이고, 그 후에 2층 빠다코코낫을 이어붙였다. 처음에는 그냥 올렸더니 닿는 면적이 워낙 좁고 올록볼록해서 절대 고정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묘안을 생각한게 안쪽에 받침을 만드는것..!

1층 벽면에 아이비를 붙여서 같이 세우면 아이비가 높이가 더 높아서 2층 벽면을 이어붙일 공간이 생긴다. 거기에 붙이는 전략이었음

1층 벽면을 세워놓기 위해 받쳐놨던 빠다코코넛들을 2층 벽면으로 활용했다. 확실히 안쪽에 아이비를 붙이고 진행하니 부착이 안정적이었다.

2. 벽면과 지붕 사이

지붕을 그냥 평평하게 올릴게 아닌 이상 벽과 지붕 사이의 삼각형 형태로 솟아오르는 부분이 필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몰랐다 여기서부터 지옥의 시작이었음을..... 

사실 만들기 전에 미리 잠깐 검색해 봤을 땐 많은 분들이 시중에서 파는 과자집 만들기 세트를 구매해서 안에 같이 들어있는 종이 틀을 사용하거나, 과자집만들기 세트 없이 직접할 때에도 종이틀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종이 위에 과자를 올린다는게 별로 내키지 않아서 틀 없이 시작한거였는데, 하면서 깨달았다. 괜히 다들 종이틀을 쓰는게 아님 ㅋㅋ 젠장

일단 삼각형 테두리를 위해 야채스틱 양 끝에 조청을 묻혀서 삼각형 형태로 세우고 그 사이를 가로로 길이 맞춰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2층도 아직 덜 말라있는 상태여서 한번에 다 채우지 않고 일단 받쳐놓기로 했다. 앞뒤로 같은 작업을 해서 과자 상자로 고정해놓고, 다시 안 쓰는 방에 난방을 끄고 차가운 공기에 굳혀두었다.

 

 

3. 폐허

반나절 후에 집을 확인했다.

...? 홈리스가 되었다.

내집마련의 꿈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갑자기 의욕을 모두 잃고 한 두시간 정도 넋을 놓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더 시간이 늦기 전에 복구를 했다. 우선 넘어간 벽들을 다시 세우고, 어디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건지 확인하기 위해 제일 먼저 무너지기 시작하는 부분을 체크했다. 각 벽 위에 추가로 올라간 부분들이 저 과자 상자가 넘어간 것과 동일한 방향으로 자꾸 쏠리고 있었다.

 

 

4. 복구.. 그리고 골조 구상

일단 복구한 벽면이 다시 넘어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현관문을 달아주고 마르는 걸 잠시 기다리면서 지붕쪽 골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넘어가는 벽면 안쪽으로 스틱을 세로로 세워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 스틱 옆으로 다른 스틱들을 두개씩 사선으로 세워 안쪽으로 쓰러지는 일을 방지했다. 세운 야채스틱 위 두개를 연결해주는 스틱도 하나 붙여주었다. 위에 붙인 저 스틱을 지붕 중심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ㅋㅋ 원래 계획은 평평한 지붕을 만든 후 그 위에 알록달록하게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붙이려고 했는데, 도저히 평평하게 지붕을 만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비를 지붕 모양으로 사선이 되게 붙이려니, 종이틀 사용 외에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판매하는 과자집 만들기 세트에는 종이틀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ㅎ... 

남은 야채스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붕 중심으로 삼기로 했던 스틱에 사선으로 스틱을 세워올렸다. 문제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자꾸 안쪽으로 떨어지고, 주우려고 하다보면 옆에 세워둔 것들도 떨어져서 고정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각 스틱들이 교차하는 부분을 젤리로 묶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놓은 젤리가 없으니까 사러가야했음.. 귀찮..

 

 

5. 젤리 도입

면허시험 때 쓸 사진을 인화하러 다녀오는 길에 젤리를 사왔다. 일단 쫀디기를 가늘게 찢어서 아까 생각한 대로 묶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힘을 조금만 줘도 끊어져버림 ㅡㅡ 그래서 꿈틀이를 주욱 늘려서 대신해보려고 했으나 그것도 잘 안됨.. 결국 또 조청을 꺼냈다. 스틱이 닿는 모든 곳에 조청을 묻혀서 굳혀버렸다. 젤리 왜 샀지..?

신쫄이를 까서 지붕으로 얹었다. 약간씩 비는 부분은 쫀디기를 잘라서 올려서 막아내고, 지붕과 벽면 사이에도 애매한 공간이 자꾸 생겨서 꿈틀이를 붙여서 메워주었다.

 

 

6. 드디어 과자집 완성

지붕이 완성된 후에는 전에 만들어둔 울타리를 꺼내왔다. 마당을 조금 깔고 그 위에 울타리를 집 옆의 허전함을 메워줬다. 

 

필요 없는 자재들을 모두 치우고, 대문을 꾸민 후 세입자를 불러왔다. 드디어 완성.

세입자 하씨와 하씨의 가족들

이번에 받은 세입자 하리보 가족을 현관에 세워주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이제 진짜 드디어 완성됐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어려웠고 뿌듯한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7. 결산 및 소감

계산해보니 총 사흘의 시간과 25,860원 어치의 과자를 투자했다.

시간이 많아서 여유부리고 싶어 시작한 일이지만 사흘이나 썼어야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시작하기 전에는 작은 자재들을 조심스레 붙이느라 오래걸릴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런 것보단 접착, 무너지면 복구하기, 골조 구상 같은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특히 시간이 제일 많이 들어간건 접착이었다. 기온이 낮은 방에 옮겨놓고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게 제일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과자 역시 마찬가지로 다 만들고나서 보니 과자가 꽤 많이 남았다. 실제로 구입한 과자 중 야채스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기껏해야 반절만 쓴 것 같은데,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었다면 비용도 훨씬 절약됐을 것이다. 하긴.. 뭐 이만큼 들어갈 줄 알고 시작했나 뭐..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드는 동안 단내를 하도 맡았더니 과자가 꼴도 보기 싫다. 원래 군것질을 워낙 좋아해서 만드는 동안 엄청 먹게 될 줄 알았는데, 첫날 아이비 몇개 집어먹은 것 외에는 진짜 과자를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덕분에 한동안 주전부리는 자제할 것 같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시간이나 돈, 노력 등 모든 측면에서 나처럼 직접 다 하는건 비추하고 싶다. 시중에 파는 과자집 만들기 세트 사세요.. 제발... 

대학 시절 건축 전공한 친구가 왜 5년을 다녀야 했는지 충분히 이해함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사흘이었다. 할 일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면 금방 우울이 찾아오는 타입이라 걱정했는데, 사소하고 쓸데 없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집중해서 할 것이 있으니 쳐지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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